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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 CEO, 데이비드 쇼메

  • bhyeom
  • 1일 전
  • 4분 분량

로저드뷔의 CEO로 복귀한 데이비드 쇼메가 브랜드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번 워치스 & 원더스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신작을 통해 메종만의 독창적인 시계 철학을 다시금 각인시킨 그에게 로저드뷔의 유산과 혁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로저드뷔 CEO, 데이비드 쇼메
로저드뷔 CEO, 데이비드 쇼메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1990년대 메종이 창립되었을 당시만 해도 투르비용과 스켈레톤 시계를 동시에 선보인 브랜드는 드물었다. 그 때문에 로저드뷔는 디자인과 기술 양면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에도 로저드뷔의 혁신의 핵심은 창립 초창기와 동일하다고 보나?

우선 창립자 로저 드뷔는 코르시에-쉬르-브베(Corsier-sur-Vevey)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마을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커다란 시계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직접 시계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며 톱니바퀴, 기어, 이스케이프먼트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는 그가 제네바의 워치메이킹 스쿨에 진학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로저 드뷔의 유산은 현재에도 그의 가족, 특히 딸과의 소중한 인연 덕분에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워치스 & 원더스 행사에서 진귀한 칼리버 208과 제네바 실을 간직한 시계를 전시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1999년 경, 로저드뷔라는 브랜드는 아직 창립되지 않았지만, 로저 드뷔는 이미 장-마르크 비더레히트(Jean-Marc Wiederrecht)라는 저명한 시계 장인과 함께 바이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공동 개발하고 있었다. 1995년 로저드뷔가 정식으로 메종을 창립하면서 이 특허는 브랜드로 이양되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지닌 시계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1996년 ‘심퍼티(Sympathie)’ 컬렉션의 퍼페추얼 캘린더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모델, 2005년에는 플라잉 투르비용, 더블 투르비용에 차동장치를 결합하고, 상단에는 점핑 아워와 미닛 레트로그레이드를 더한 복잡한 구성이 돋보이는 모델이 있었다. 레트로그레이드는 지금도 여전히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남아 있다.

‘밀레짐’ 포켓 워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계는 메종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모델로,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아우른다. 이는 브랜드의 역사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 요소들이다. 이렇듯 로저드뷔의 역사는 하이엔드 오트 오를로제리의 유산과 로저 드뷔가 사랑했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잘 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다이얼 위에서 극적인 움직임을 펼쳐내는 시계의 표현력이 존재한다. 이 시계의 기능을 넘어 감각적이고 연극적인 경험을 선사하려는 로저드뷔의 철학이기도 하다.

창립 30주년을 기념한 신작 역시 이러한 철학을 계승한다.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 제네바 실, 플라잉 투르비용,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등 메종의 대표적 컴플리케이션을 모두 아우른다. 더불어 로저 드뷔가 애호했던 골드 브라운·라이트 블랙 컬러의 조화와 함께 예술적인 색의 대비를 다시금 재현했다.

또 반가운 소식은 이 시계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저드뷔는 머더오브펄을 남성 시계에 도입한 선구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컬러 자개까지 활용하며 창의적인 시도를 해왔다. 최근 ‘오마주(Hommage)’ 컬렉션에서도 이를 적용했다. 과거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로터에 새겼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래를 창조하는 정신’이라는 문구의 의미를 잘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새로운 40mm 모델을 한정판이 아닌 정규 컬렉션으로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로저드뷔가 지속적으로 혁신을 실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크 포켓 워치 밀레짐
유니크 포켓 워치 밀레짐

이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 ‘시간’이었다. 2024년 6월 초 로저드뷔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보다 한참 전부터 머릿속으로는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다. 사실 이전에 로저드뷔에서 11년 동안 일했고, 그룹 내 다른 메종으로 잠시 이동한 뒤 이번에 CEO로 복귀하게 되었다.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팀을 재정비하고 ‘워치스 & 원더스’를 위한 명확한 방향성을 서로 공유하며 뛰어난 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이 모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마감에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첫 번째 시계는 워치스 & 원더스 직전 일요일 밤에 완성되었고, 두 번째는 사실상 월요일 새벽에야 완성될 정도였다. 특히 비스포크 시계를 담당하고 있는 ‘레러티 팀(Rarities Team)’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비스포크 프로그램의 유연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다. 유니크 피스를 개발하듯 한 땀 한 땀 조율한 집약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에서도 여성 컬렉션인 벨벳(Velvet) 시리즈가 큰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으로 여성 컬렉션 확장에 대한 계획이 있나?

로저드뷔의 역사 속에서 여성 시계는 언제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벨벳이전에도 ‘팔로우 미(Follow Me)’ 컬렉션을 비롯해 젬스톤을 적극 활용한 하이 주얼리 워치 라인 등 다채로운 여성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여성 고객과의 창의적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여성 고객층은 로저드뷔의 감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로저드뷔는 고급 시계 제작 기술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가족적인 접근 방식을 조화롭게 결합함으로써 여성 고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이에 따라 우리는 앞으로 표현력이 더욱 풍부한 새로운 여성 컬렉션을 통해 이 전통을 재점화할 계획이다.


로저드뷔는 다양한 버전의 초경량 시계를 선보인 바 있다. 그에 반해 울트라-신 워치를 선보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카테고리의 워치를 선보일 계획은 없을지?

현재 우리는 디자인의 ‘균형미’를 중시하며 다양한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작고 얇은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례적인 완성도와 시각적 균형을 모두 갖춘 타임피스를 추구한다. 로저드뷔는 얇거나 두꺼운 케이스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즐긴다. 울트라-신 워치든, 반대로 아주 두꺼운 워치든 그것이 단순한 ‘스펙’을 위한 것이 아닌, 시계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 중 하나는 ‘원탁의 기사’ 시계다. 이 작품은 다이얼 위에서 펼쳐지는 서사, 즉 기사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시계의 두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서사를 온전히 담기 위해 1mm가 더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신작의 경우에는 로저드뷔치고는 이례적으로 얇게 제작한 모델이다. 이는 시계를 보다 은밀하게 착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고려한 디자인 결정이다.

30주년 컬렉션에 담긴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는 디자인과 기능성 측면에서 모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CEO로서 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떤 감회를 느꼈는지.

로저드뷔의 본질은 전통적인 제네바 고급 시계 제조 기술과 탁월한 마감, 품질,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다이얼 위에서 양쪽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인디케이션은 시계의 입체감과 복잡성을 극대화한다. 2개의 서브 카운터만 있었다면, 이처럼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 디스플레이를 특히 사랑하는 이유는, 이 시스템이 로저 드뷔 본인이 직접 특허를 보유했던 것이며, 생전에 그가 누구보다도 애착을 가졌던 컴플리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 3개의 레트로그레이드를 포함한 작품도 제작했을 정도로 이 기술에 심취해 있었다.


워치메이커 중심의 브랜드로서 로저드뷔는 지난 30년간 수많은 독립 무브먼트를 개발해왔다. 그중에서도 ‘엑스칼리버’가 오랜 시간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엑스칼리버’는 메종의 역사 속에서 혁신과 표현력, 그리고 대담한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는 컬렉션이다. 트리플 러그, 플루티드 베젤, 통합형 크라운이라는 특징적인 요소는 멀리서 봐도 단번에 로저드뷔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시각적 식별성은 브랜드 정체성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엑스칼리버’는 컬렉션 내에서도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준다. 하나의 케이스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부터 극도로 역동적이고 과감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계 언어를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함이 이 컬렉션의 본질이자, 장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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